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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중 중앙선 침범사고 내고 숨진 노동자,법원 “업무상 재해

등록일 2022년06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노동자가 업무 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던 중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내고 숨졌더라도 단지 '법규 위반'만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 인정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는 사망 노동자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A씨는 2019년 업무 차량을 몰고 원청에서 열린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근무지로 돌아오다 도로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해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A씨가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고, 수사기관은 졸음운전을 사고 이유로 추정했습니다.

A씨의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A씨 사망의 원인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A씨의 부인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행 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노동자의 고의·자해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정에서의 쟁점은 스스로 야기한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로 숨진 A씨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가 됐습니다.

1심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A씨 부인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2심은 A씨 사망의 원인은 범죄행위라 근로복지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았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고와 A씨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노동자의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다시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중앙선 침범의 이유가 확인되지 않은 점과 A씨가 1992년 운전면허를 딴 뒤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교통사고를 낸 일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준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교통법규 위반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되고, 사망의 '직접 원인'인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노동자의 보장 범위를 한층 넓게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업무 차량을 이용해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 수사기관이 고인의 중앙선 침범 이유를 졸음운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점, 고인은 1992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경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업무 관련성이 있는 사고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해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했음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최정훈기자 choichina@naver.com
타임포스트 www.tim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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