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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할까, 장난칠까? 유병재 고민 담긴 'B의 농담'

등록일 2018년04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말로 1시간 채운 에너지 신선…젊은 층만 웃긴 '얕은 웃음' 한계

 

[YG스튜디오코미디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유병재가 지향하는 코미디의 방향이 궁금해지는, 감질난 쇼였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여 호응을 얻은 개그맨 겸 작가 유병재(30)의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B의 농담'이라는 새 이름과 함께 훨씬 커진 스케일로 돌아왔다. 심지어 이번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유병재 공연에는 그동안 달라진 그의 위상을 증명하듯 인파가 몰렸다. 좌석은 약 1천500석. 티켓 오픈 1년 만에 사흘 치 공연이 매진됐고, 경쟁률은 20대 1을 훌쩍 넘었다.

 

스탠드업 쇼답게 무대에는 스탠드 마이크와 스툴 하나만 배치됐다. 주인공 역시 맨투맨 티셔츠에 블랙 진, 편안한 차림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모든 피드백을 100% 충족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시작된 한 시간가량의 공연은 악플러들의 비판에 유병재가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YG스튜디오코미디 제공]

 

시작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욕에 주로 20대 관객들로 채워진 객석은 열렬하게 호응했다. 힘을 받은 유병재는 "전 (고작)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재밌게 봤다고 했다가 사과했는데, 전두환은 그렇게 큰 잘못을 해놓고 아직 사과를 안 한다"며 논란에서 벗어나기와 풍자를 동시에 시도했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악성 댓글에 대응하는 개그가 이어졌다. 그가 "이젠 본격적으로 공연을 해보겠다"고 하면 계속 악플러의 음성이 흘러나와 해명하게 하는 구성도 소소한 웃음을 줬다.

 

"정작 자기 소속사는 못 까더라"(누리꾼) "YG는 약국이죠. 그런데 마약은 그분들이 했고 기분이 좋았던 건 그들인데, 욕은 제가 먹고 기분이 나빠지는 건 왜 저죠. 전 '유병재 너무 재밌다. 약 먹은 것 아니냐' 얘길 듣고 싶었을 뿐이지 약은 안 했어요."(유병재)

 

"19금 쇼라면서 성인용 콘텐츠는 없네"(누리꾼) "전 조루예요. 그래서 절정의 순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입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생각해요. 그게 가장 섹시하지 않은 생각이거든요."(유병재)

 

"사회 문제 핵심은 못 짚네"(누리꾼) "핵심 잘 몰라요. 전 그냥 딴따라거든요. 다만 사회의 제일 큰 문제 중 하나가 '일반화'라고는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한국 힙합은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이 효자가 되는 과정? '쇼미더머니'를 보면."(유병재)

 

 


[YG스튜디오코미디 제공]

 

자신에게 날아온 '디스(diss)'를 오히려 상대나, 또는 '공공의 적'들에게 재치있게 돌려버리는 공연 방식은 유쾌했다. 거의 1시간을 자신의 말로만 끌어가는 에너지도 그를 '대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했다.

 

그럼에도 공연 자체가 '실험 단계'인 만큼 한계 역시 명확하게 노출됐다.

 

국내에서 잘 볼 수 없는 형식의 쇼는 신선했지만 얕은 웃음 이상을 끌어내는 데는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 xxx", "안희정 미투", "다산신도시 xx" 같은 대사들은 맥락이 동반되지 못해 뒤통수를 때리는 시원한 풍자보다는 또래 간 말장난에 가깝게 느껴졌다.

 

아버지와 관련한 일화 등 세대와 관계없이 웃을 만한 콘텐츠도 한두 가지 있었지만, 대부분은 유병재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젊은 층이 아니면 공감하기 어렵거나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던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YG스튜디오코미디 제공]

 

"그저 농담하는 게 좋았다"던 유병재의 말처럼, 그는 아직 자신만의 코미디 지향점을 찾고 있는 듯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코미디의 핵심인 풍자의 깊이를 강화할 것인지, 또래로부터 계속 '귀여움'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장난'에 머물 것인지 사이에서 고민하다 끝내는 모습을 보였다.

 

"전 그냥 농담을 하고 싶었지 욕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한 명을 조롱하니 이 세상 모두를 조롱해주길 바라더라고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자유 의지가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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